책읽기
얼마전 간만에 웹검색을 하다가 '글에 자신만의 개성을 입히는 법'(http://ppss.kr/archives/19882)이란 글을 읽게 되었다.
인상적인 문구로 '책은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남는 장사'라는 말을 보고 문득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한권에는 작가의 수년에 걸친 혹은 평생에 걸친 깨달음과 지식, 경험이 녹아들어 있으니 그것을 단 몇시간에 걸쳐서 얻는 것은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엄청나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물론 나도 책이라면 많이 읽었다. 하지만 그것이 대부분 무협지, 판타지였다는 것이 문제이다. 역사, 인문학 등 좋은 책도 많은데..., 내 머리속에는 내공, 경신술, 현경, 신검합일 뭐 그런 것들만 가득하다. 학창시절 그 좋았던 시절에 뭐 했나 싶지만 뭐 어쩌겠냐. 지금부터라도 책을 가까이해야겠다고 나름 마음을 먹어본다.
그래서 처음 잡은 책이 '문재인의 운명'이란 책이다. 집에서 몇 년 전부터 굴러다니던 책이기도 했고 (아내가 사서 아내만 읽었다) 최근 대통령 취임 후 관심이 가서이기도 하다. 특히 사인 종이를 찾는 한 초등학생 앞에 쭈그러 앉아 기다리는 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보여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도 책을 참 많이 읽은 분이라 나온다. 책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초등학교 때에는 아버지가 가끔 사다주시는 문고 등으로 책에 대한 갈증을 채웠다. 그러다 나중에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했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독서가 본인의 사고의 폭과 의식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The man who does not read has no advantage over the man who cannot read.
마크 트웨인(Mark Twain)
by 다크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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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읽은 책들에 대한 개인적 기록 (일자는 책을 읽은 날짜)
빛의 과거 - 은희경, 2023.03
이 책은 읽다가 말다가 끝까지 본 책이다. 70년대 여대생의 소소한 얘기가 계속 이어진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당시의 시대상 등등. 딱히 끌리는 것은 없지만 이왕 본것 끝까지 보긴 했다. 그런데, 다 보고나니 이상하게 여운이 남는다. 클라이막스도 없고 사건, 반전도 없다. 그냥 소소한 얘기하다가 소소하게 끝난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운이 남는다. 이 여운의 정체가 뭘까?
동의보감 - 이은성, 2023.02
얘들에게 보여주려고 빌려왔다가 내가 읽은 책이다. 예전에 너무 재미있게 읽은 기억에 빌려왔는데 얘들이 보지를 않는다. 그래 다시 보게 되었는데, 기억이란게 얼마나 왜곡되기 쉬운지.. 지금보니 그 때의 재미는 하나도 없다. 시대가 변한걸까 시야가 변한걸까. 그리고 얘들에게 굳이 권장할 만한 책도 아닌 것 같다.
무소유 - 법정,
오늘 아침 길을 나서면서 무슨 책을 읽어볼까 하다가 책장에서 꺼내 든 책이다. 아직 책을 읽기도 전에, 첫 장을 읽어보고 기록을 먼저 시작한 것은 처음이다.. 정말 오래된 책이고 낡은 책표지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이 담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은 한장 한장을 곱씹으면 읽어볼 것 같다.. (읽다가 그만둔 것 같다.. 언제 그만두었는지는 모르겠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 김민형, 2019.xx
문제를 만났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든 답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답을 구하기 이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문제에 답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답이 있다면 답을 구할 수 있는가? 답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할 수 있는가? 의 순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답을 구할 수 없는 경우 중에는 답이 너무나 많아서인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제약조건을 가하면 답을 유일하게 결정할 수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 - 데이비드 색스(박상현, 이승연 옮김), 2019.04
바쁘다는 핑계로 최근에야 끝 장을 넘긴 책이다.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 특히 소프트웨어같은 것을 개발하는 사람은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보고 만질 수 있는 기술, 땀 냄새 나는 기술, 그 안에 사람이 있고 실체가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 김혜남, 2018.12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에 대한 일종의 후속편이다. 짧은 에세이 형식이라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읽었다. 읽다보면 의미깊은 내용도 많고 가볍게 읽기 좋다. 읽고 나서 뭔가 강렬히 머리에 남는다기 보다는 읽으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좋다.
해리 - 공지영, 2018.08
벌써 공지영 작가님 책만 3번째이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이후로 팬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소설인지 기록물인지 분간은 안가지만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정신적 휴식이 필요하다. 아내는 밑줄을 그어가면서 열심히 읽었다지만 난 딱 한군데만 밑줄을 그었다: 단테가 말하고 마르크스가 인용한 대로, "그들로 하여금 떠들게 하고 나는 나의 길을 갈 뿐."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자기가 살아온 발자국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삶 전체의 궤적으로 말이다. 그래.. 이것 저것 복잡할 때는 자신의 길에 충실하자.
침묵의 봄(Silent Sprint) - 레이첼 카슨 (김은령 옮김), 2018.07
인간에 의한 살충제, 환경파괴가 얼마나 심각하고 무서운지를 다룬 내용이다. 하지만 지루해도 너무나 지루한 책이다. 비슷한 이야기의 계속된 반복.. 절반쯤 읽다가 그냥 던져버릴까 했지만 정말 도를 닦는 마음으로 끝까지 다 읽었다. 어쨌거나 다 읽고 나니 왠지 모를 뿌듯함과 여운이 남는다. ㅋㅋ. 어쨌든 고전(명작)의 반열에 올라선 책이고 느끼는 것이 많은 책이다. 지루해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2018.06
책 제목처럼 가벼운 에세이이다. 그냥 어린시절 왕눈깔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이리 저리 돌려가며 먹듯이 맛있는 책이다. 혼자 킥킥대며 읽다가 언제 책을 덮어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어쨌거나 오늘 다 읽어 버렸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 2018.04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나를 드러냄으로써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나를 깊이 알면 알수록 실망하지 않을까, 이러한 지레짐작과 거절당함에 대한 걱정이 사람들에 대한 벽을 만들고 거리를 만든다. 누구나 거절당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할 때 누군가는 그 모습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또 누군가는 떠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친구도 생기고 동료도 생긴다. 관계를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온연한 나로써 살아갈 때 삶은 가장 아름답다.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2018.03
아내는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라서 2시간도 안 걸려서 읽었다고 한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 - 박용후, 2018.02
저자의 강연을 듣고 읽어보게 된 책이다. 한번 읽고 지나쳐버리기엔 아까운 책이고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그러면서 글의 내용을 한 번씩 내 삶에 반추해 보고 싶다. 3~4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들이 계속 이어지는 형식이지만 하나 하나가 완성된 글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헬렌 니어링 (이석태 옮김), 2017.12
월든(Walden)처럼 소유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하는, 자유로운 삶을 살다 간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만 100세가 된 생일을 맞아 일부러 음식을 끊음으로써 위엄을 잃지 않은 채 삶을 마쳤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문명으로 인해 그리고 소유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 서경식 (형진의 옮김), 2017.10
단지 재일동포라고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내가 너무 모르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내가 얼마나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이해하는지를 세삼 깨닫는다. 일본에 살다가 해방후 그대로 일본에 남겨졌을 뿐, 남한도 북한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인도 아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재일조선인.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던 재일조선인의 어려움과 본질, 그리고 나라가 무엇이고 민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 - 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진준 옮김), 2017.10
지인께 세계사에 대한 책을 하나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읽어보라며 빌려 준 책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지만 결국 다 읽었다.. 제목에서 풍기듯이 일반적으로 흔히 기대하는 세계사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 기원을 다룬 책이다. 왜 현재의 세계가 현재의 세계가 되었는지, 모든 기술에서 앞섰던 중국이 왜 유럽에게 뒤처졌는지, 아프리카는 왜 지금의 모습인지, 신대륙에서 있었던 인종교체와 문명의 우열, 힘의 역사를 인과의 원리로 규명하고자 한 책이다.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세계사를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해석하고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눈을 얻을 수 있다.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2017.09
아내가 인상깊게 읽었다고 하기에 궁금하여 읽어본 책이다. 요즘 어려운 책만 읽어서 소설로 가볍게 읽자는 마음도 있었다. 책은 어렵지 않게 잘 읽힌다. 소설이긴 하지만 과하지 않았고 현실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로 생각된다. 다만 종교적 물음을 담고 있어서 공감에 거리가 있다. 그냥 누구에서 물어볼 것 없이 삶이 원래 그런것 아닌가 싶다.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 김현희, 2017.08
책을 읽는 도중 간간히 폭소를 터트렸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 한곳이 시큼해진다. 웃기면서도 슬픈 책이다. 또한 하나씩 변화를 행하는 모습에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즐겁다고 하긴 그렇지만 나와 생각이 같음에 공감의 즐거움을 느낀다.
걸리버여행기 - 조너선 스위프트 (신현철 옮김), 2017.08
18세기 영국의 정치와 귀족문화, 식민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인간에 대한 혐오를 풍자한 책이다. 이 책도 월든 못지않게 지루하고 읽기 힘든 면이 있다. 책을 다 읽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렇다고 이 책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읽는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게는 그냥 읽기는 읽되 그 문장들이 머리에서만 해석되고 가슴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책에 푹 빠져들지는 못했다. 인간과 시스템의 본성에 대한 얘기라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내게는 딴 나라 얘기이다. 아마도 책을 좀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공감대와 경험의 공유가 필요할 것 같다. 어쨌거나 다 읽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 2017.07
'아빠, 미국이 우리 나라를 구해줬다면서요?', '무슨 택도없는 소리! 그건 두 나라끼리 싸우다가 일본이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지 미국이 우리나라를 구해주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발끈 했지만 막상 아이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설명해 주고 싶어도 뭘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근현대사 부분은 한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겸사 겸사해서 집에서 굴러다니던 시리즈 책의 근현대사 부분(8, 9, 10권)만 읽었다. 학교 다니면서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내용들.. 조선 말 개화의 소용돌이부터 청일전쟁, 러일전쟁, 세계 열강들의 전쟁터가 되어야 했던 식민조선, 한일병합, 세계 1~2차 대전과 해방, 그리고 신탁통치와 남북분단까지 아픈 역사가 잘 그려져 있다. 형식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내용은 어른도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월든(Walden) - 헨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옮김), 2017.07
문명을 버리고 2년동안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한 사람의 삶의 성찰을 그린 책이다. '시 한 줄을 장식하기 위하여 꿈을 꾼 것이 아니다.'란 첫 구절부터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더니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을 파고든다. 특히 우리가 물려받은 것, 가진 것이 우리가 가진 짐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하지만 책의 중후반은 다소 지루한 면이 있으며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맺음말을 보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2017.06
부족한 경제 지식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읽었다. 하지만 어떤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본인의 견해와 입장을 설득시키는 것이 주인 책이다. 내가 뭘 알아야 동의를 하든가 할텐데.. 중간쯤 읽다가 던졌다.
문재인의 운명, 2017.05
가볍게 읽기 좋았다. 문재인이란 한 사람의 삶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70, 80년대 근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었던 점이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