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을 보내며..

잡기장 2014. 1. 2. 17:57

어제 두 해의 경계를 고향집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앞으로는 가급적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우리집에서 조용히 보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 맞는 말씀이다. 마무리되지 못한 일, 해외여행, 친구모임, 인사 등에 떠밀리다 보니 어느덧 2014년이다. 매듭도 없고 쉼표도 없이 어제의 2013년이 그대로 오늘 2014년이 된 느낌이다.


사실 쓰고자 하면 며칠 전에, 2013년도에 썼어야 할 글을 이제야 쓴다. 어쩌면 뒤늦은 오늘이 나에게는 실제 지난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이자 새해를 맞는 첫날인 셈이다.


블로그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이 블로그이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은 원래 알고 있던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고 평소 궁금했던 부분 또는 애매한 부분을 새로 공부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나 자료를 조사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가다듬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어떻게 생각하면 힘들수도 있지만 스스로 즐겼기에 재미있게 글을 쓸 수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해동안 다른 어떤 때보다도 많은 공부를 하였고 그만큼 나의 앎과 깨달음의 폭도 깊어진 것 같다.


공부란게 끝이 없어서 항상 배울것은 넘쳐나고 내용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많은 내용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으며 그 기저에는 항상 수학이 중요함을 느낀다. 최근 시리즈로 올렸던 선형대수학 관련 글들도 사실은 SIFT, SURF, ORB 등의 local feature들을 전반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Harris corner detector부터 다시 공부하던 중 막히는 부분이 있어 시작하게 되었다. 그 전에도 가끔 선형대수학 쪽에서 애매했던 부분들이 있어도 그냥 넘겨왔었는데 최근 Harris 논문을 읽다가 그 임계점을 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의 블로그에는 영상처리와 수학이 항상 혼재된다.


지난 1년동안 블로그 통계를 내 보면 게시글 수는 110개, 댓글 966개, 트랙벡 4개, 방명록 44개, 누적 방문객 수는 20만명, 1일 최대 방문객 기록은 1,422명,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글은 '미분 적분 제대로 알자' 117개, '카메라 캘리브레이션' 76개 순이다. 블로그 초기에는 수학 관련 검색어 유입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에는 컴퓨터 비전, 영상처리 관련한 방문도 꽤나 많아져다. 그리고 간간히 '다크프로그래머'라는 검색어로 (하루 3~5건)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블로그이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아쉬움과 다짐


오늘 아침 올 한해 일정을 점검하던 중에 중요한 일을 놓쳐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렴풋이 1월달에 있는 것으로 알고 미뤄놓고 있었는데 사실은 12월달에 지나가 버린 것이다.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그동안 블로그로 인해 소홀했던 일들에 치이고 밀려 흘러가다 보니 문득 낯선 곳에 있는 느낌이다.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내가 최소한 어디에 서 있는지는 알면서 살아야겠다.


희망


여기 블로그에 올리는 대부분의 글들은 어떤 주제나 문제에 대해 기존에 있는 내용을 단순히 취합 정리하는 것이 아닌 나의 이해, 나의 해석을 정리한 글이 대부분이다. 스스로 식을 세우고 예제를 만들며 실제 구현 및 실험을 해 보면서 글을 올린다. 스스로 이해되고 정리된 내용에 대해 글을 올리기 때문에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다른 어디에도 없는 고유한 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 친구가 어떤 일에 대단한 공을 들이는 것을 보면서 뭘 이렇게까지 하느냐 하고 내 물으니 '작은 차이지만 결과를 바꾸는 것은 대부분 1%의 차이다'라는 친구의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왕 쓰는 것 글 하나하나가 최고의 글이 되었으면 하는게 솔직한 바람이다.


올 한해까지는 계속 블로그에 집중하면서 나의 앎과 지식을 가다듬고 정리할 생각이다. 작년, 올해 2년 정도면 어느정도 블로그가 기반이 잡힐 것으로 기대해 보며 이 분야에서 어느정도 인지도를 갖는 블로그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그래서 보다 많은 이들이 쉽게 접근하고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올리고 싶은 내용은 참 많지만 초창기만큼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잘 허락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구속받지 않고 한 1년정도 이것 저것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허황된 꿈이니 좀더 화이팅하고 시간을 잘 분배해서 써야할듯..


☞ 그동안 블로그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


by 다크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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