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피아노 건반소음 없애기

잡기장 2022. 4. 12. 14:46

내게 가장 큰 취미 중 하나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고치거나 개선하는 것이다.

 

집에 중고로 구한 디지털 피아노가 한 대 있다. 아이가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치는데, 칠 때마다 건반에서 덜그덕 거리는 소리가 난다. 예전에는 안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들어 소리가 갈수록 심해져서 피아노가 타악기가 된 것 같다 (원래 타악기인가?)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디지털 피아노는 원래 건반에서 달그닥 거리는 소리가 난다고만 되어 있을 뿐, 딱히 해결 방법은 나와있지 않다. 바닥에 매트를 깔라는 등의 얘기는 있지만, 그건 층간소음 얘기이지 건반소음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최근 코로나로 집에 있으면서 혹시라도 건반의 달그닥 소리를 줄일 수 있을까 싶어 피아노 내부를 뜯어보게 되었다. 피아노를 분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결국 소음의 원인을 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문제가 해결되어 건반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부드러운 피아노 음을 들을 수 있다. 성공이다.

 

이 글에서는 피아노 건반 소음을 줄이기 위해 나름 시도했던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집에 있는 피아노는 CASIO(카시오) Privia PX-720 모델인데, 다른 디지털 피아노에도 적용될지는 모르겠다.

그림1. Casio Privia PX-720

 

피아노 분해/조립

 

건반 수리를 위해서는 먼저 피아노를 분해해야 한다. 그런데 내부 구조를 모르는 상태에서 제품을 분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혹시나 잘못 뜯었다가 제품이 망가지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고.. 하지만, 원래 분해가 가능한 제품이니 찬찬히만 한다면 누구라도 분해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4~5번 정도 뜯다 보니 지금은 눈 감고도 분해/조립이 가능할 정도로 구조가 익숙해졌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참고로 집에 있는 피아노 분해 과정을 적어본다. 분해할 때는 항상 다시 조립이 가능하도록 분해과정을 기록(사진촬영 등)으로 남기고 나사 등을 잘 분리해서 보관해 놓는게 중요하다.

그림2. 피아노 분해

 

1. 전원선 및 스피커 케이블, 패달 케이블 분리: 연결 위치를 잘 기억/기록해 둔다

2. 발판(패달) 부위와 중간의 스피커 부위를 다리에서 분리

  - 스피커 부위를 분리할 때는 피아노를 눕혀놓고 하거나 한쪽 밑을 괴고 분해한다

  - 분해 나사는 옆면 기둥의 고무캡 안에 숨겨져 있음 (칼 등으로 고무캡 제거)

3. 본체 양쪽의 다리 분리

  - (주의)다리를 분리할 때는 피아노를 눕혀놓고 하거나 밑면을 괴고 분해한다

  - 피아노를 세워놓은 채로 옆면을 때어내면 건반 본체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 (대형사고!!)

4. 건반 뒷판 분리: 본체 뒷면에 있는 모든 나사를 푼 후(꽤 많다) 뒷면 판자를 때어낸다

5. 건반 상판 분리: 양쪽의 나사 몇개만 풀면 쉽게 분리된다

6. 건반 덮개 분리

  - 건반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손으로 당기고 밀어서 건반을 덮는 부분

  - 양쪽에 톱니가 밖으로 빠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걸림쇠 부분만 제거하면 본체에서 완전 분리가 가능

  - 건반 덮개까지 분리하면 이제 건반들이 온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7. 건반 앞면 분리

  - 개별 건반들(흰색, 검은색 건반들)을 하나씩 분리하기 위해서는 건반 앞면 분리가 필수이다

  - 앞면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본체 밑면에 있는 나사들 중에서 가장 앞줄에 있는 나사들을 모두 제거하면 됨

8. 개별 건반 분리

  - 건반 앞면까지 분리하면 이제 흰색, 검은색 건반들을 하나씩 빼거나 끼울 수 있다

  - 핀셋 등을 이용하면 건반을 보다 손쉽게 뺄 수 있다

 

 

건반소음 없애기

 

디지털 피아노 건반 소음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건반의 내부구조(mechanism)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건반의 구조는 건반을 뜯어보면 쉽게 알수 있으며 그림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그림 3). 플라스틱 건반에는 쇠로 된 무게추가 연결되어 있으며 건반을 누르면 무게추가 올라가고, 건반을 놓으면 무게추가 내려가면서 건반이 들려지는 구조이다. 그리고 무게추 끝 부분의 바닥과 윗면에는 스폰지가 덧대여 있어서 무게추가 부딧힐 때의 충격과 소음을 흡수한다.

그림3. 디지털 피아노 건반의 내부 구조 및 소음 부위

 

처음에는 건반 소음의 원인이 무게추와 스폰지 사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했다. 즉, 피아노가 오래되면서 스폰지가 경화되고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말이다. 그런데,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테스트를 거치면서 건반 소음의 원인이 다른 데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파악한 건반 소음은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건반을 누를 때 '딱'하는 뭔가에 부딪히는 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건반을 놓을 때 발생하는 '덜걱'하는 소음이다. 이 두 소음은 발생 원인도 다르고 해결 방법도 다르다.

 

A. 건반을 누를 때 나는 소음 제거

건반을 누를 때 나는 소음은 플라스틱 건반과 건반 지지대가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이다. 건반 밑에는 건반을 누를 때 너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지지대가 있는데(그림3. 참조), 이 지지대와 건반이 부딧히면서 '딱'하는 소리가 발생한다. 그래서, 건반 지지대 위에는 원래 완충제가 발라져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완충제가 없어지거나 굳어서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지지대 위에 완충제를 다시 발라주는 것이다. 그런데 완충제가 뭔지 모르니, 내 경우는 동네 철물점에서 파는 구리스를 이용했다(요즘 나오는 뿌리는 구리스 말고 바르는 구리스를 사야 한다). 건반 지지대마다 구리스를 듬뿍 발라주니 건반을 누를 때 나는 소음이 부드러운 소리로 바뀌었다.

 

B. 건반을 땔 때 나는 소음 제거

건반을 눌렀다가 손을 때면 건반이 올라오면서 '덜걱' 또는 '덜거덕' 하는 소리가 난다. 처음에는 올려진 무게추가 내려오면서 바닥(스폰지)에 부딪히는 소리인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무게추가 아닌 건반 플라스틱 쪽에서 소리가 난다. 그리고 여러 테스트 끝에 이 소음이 건반과 무게추의 연결부위에서 발생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집에 있는 피아노의 건반은 무게추와 연결 부위에 홈(구멍)이 있고, 이 홈에 무게추 끝(검은색 부분)을 끼워서 건반을 누를 때 무게추를 들어올리는 구조이다. 그림 3에 보면, 건반키 중간의 튀어나온 연결부위에 무게추의 검은색 부분이 끼워져 있어서 건반을 누를 때마다 그 위치가 조금씩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건반키에 뚫린 홈(구멍)은 무게추가 충분히 움직일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유격(여유 공간)를 두고 크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이 유격으로 인해 홈(구멍)에서 건반과 무게추 검은색 부분이 부딪히는 덜걱거리는 소음이 발생한다.

 

유격으로 인해 소음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건반을 누르면 무게추가 올라간다. 그리고 건반을 놓으면 무게추가 내려가면서 건반이 들어 올려진다. 그러다가 무게추가 밑면의 스폰지에 부딪히면 스폰지의 탄성에 의해 무게추가 일시적으로 튀어올랐다가 내려온다. 이 때 건반은 관성에 의해 위로 올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게추가 튀어오르면서 검은색 돌출부가 홈(구멍) 유격의 아랫쪽과 한번 부딪히고 튀었다 내려오면서 다시 홈 윗쪽과 부딪힌다. 그리고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덜거덕 하는 소음이 발생한다.

 

원인은 알았지만 이 경우는 해결 방법이 만만치 않다. 무게추 검은색 부위에 구리스를 몽땅 발라 보았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해결은 연결부 홈의 유격을 줄여주는 것인데, 유격을 너무 줄이면 연결부가 빡빡해져서 건반을 누를 때 키감이 안좋아질(건반이 잘 안눌러지고 잘 안올라오는)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종이를 끼울까 테이프를 붙일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방법은 그림 4처럼 홈의 아래쪽을 실로 감는 것이다.

그림4. 건반 실로 감기

실의 두께만큼 아래쪽 유격이 매꿔지고, 또한 실의 완충 작용으로 인해 부딪히는 소음을 줄여줄 수 있다. 키감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적당한 실의 두께와 감는 횟수에 대해서는 건반 1~2개를 가지고 충분히 테스트해 본 후에 적용하면 좋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두꺼운 실(다이소에서 파는 포장용/장식용 실)을 사용해서 모든 건반의 아래쪽을 두~세번 정도 감아주었는데, 효과는 아주 탁월했고 이로 인해 건반의 덜걱거리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피아노 모델마다 건반 구조가 조금씩 다르니 위 내용은 CASIO 피아노에만 해당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집에 있는 피아노는 워낙 오래된 모델이라 요즘 나오는 모델에는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아노 모델이 다를지라도 중요한 것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연구하는 것도 그렇지만) 문제의 원인만 정확히 알면 해결책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

 

 

부록1. 빠진 건반 수리하기

 

피아노를 오래 쓰다보면 건반 1~2개가 빠져서 눌러도 안 올라오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실 처음 피아노를 분해하게 된 이유도 검은색 건반 하나가 덜렁거려서이다. 건반이 빠진 이유는 건반과 연결된 무게추가 무게추 회전축에서 빠져서이다 (그림 3. 참조). 앞에서와 같이 피아노 분해에 성공하면 수리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해당 건반을 빼낸 후 무게추를 회전축에 꼭 끼워주면 된다. 만일 검은색 건반이 고장난 경우에는 먼저 양 옆의 흰색 건반을 빼내야만 검은색 건반이 빠진다.

 

 

부록2. 구리스의 활용 (팁)

 

앞서 구리스를 이용해서 피아노를 수리하는 방법을 설명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윤활제를 이용해서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조금만 손보면 훨씬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건이 뻑뻑하거나 마찰 소음을 줄일 때 내가 집에서 애용하는 윤활제 세트로는 양초, MD-50(방청윤활제), 뿌리는 구리스, 바르는 구리스가 있다.

 

그림5. 진공청소기 바퀴와 정수기 버튼 수리

 

A. 진공청소기 소음 없애기 (드르륵 소리)

집에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다 보면 바닥에서 드르륵 거리는 소리로 꽤나 시끄럽다. 청소기 흡입구 바닥면에 달린 조그만 바퀴들(그림5)에서 나는 소리인데, 조금만 손보면 된다. 먼저, 바퀴에 달린 이물질들을 제거해 준 후 양초로 바퀴 면을 잘 초칠해 준다. 그리고 바퀴 회전축에는 구리스를 발라준다. 회전축에 구리스(바르는 구리스)를 바르면 청소할 때 바퀴의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대부분 사라진다. 그리고 바퀴면에 양초칠을 해주면 청소기를 옆으로 이동할 때 부드럽게 이동한다. 청소기 흡입구는 바퀴 방향인 앞뒤로는 잘 움직이지만 옆으로는 잘 안움직인다. 그런데, 바퀴에 초칠을 하고 윤을 내주면 바닥면과 마찰력을 줄어서 옆으로도 잘 움직인다. 청소할 때 은근히 옆으로 이동할 때가 많은데 손에 힘이 덜 들어서 청소가 한결 쉬워진다.

 

B. 뻑뻑한 정수기 버튼 수리

집에서 사용하는 정수기가 어느 날부터 버튼이 뻑뻑하고 잘 안눌러진다. 그리고 눌러도 딸각 하고 눌렀다 나오는 느낌이 없다. 원인을 찾기 위해 전면 패널을 분해해 봤지만 딱히 문제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전원을 끄고 버튼을 계속 힘껏 눌렀다 땟다 해보니 버튼이 좀더 잘 눌려지는 느낌이 났다. 그래서 버튼 사이에 구리스를 몇 방울 흘려주니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었다. 아마도 버튼 안에서 녹이 슨 것으로 생각된다. 버튼의 틈 사이로 구리스가 잘 스며들도록 이 경우에는 뿌리는 구리스를 사용했다. MD-50과 같은 방청윤활제를 사용해도 되겠지만 방청윤활제는 기름 냄새가 나기 때문에 냄새가 거의 없는 구리스가 적합하다. 그리고, 구리스를 정수기 버튼에 직접 뿌릴 수는 없으니 위생용 비닐장갑 안에 뿌린 후 비닐장갑에 작은 구멍을 내서 버튼에 액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액을 떨어뜨릴 때는 흘러내리지 않도록 패널을 (분해해서) 위로 들고 떨어뜨리면 좋다.

 

이 외에도 스탠드 접히는 부분이 뻑뻑할 때, 의자가 잘 안밀릴 때 다리에 초칠, 밥상을 틈새에 밀어 넣을 때 틈새 바닥에 초칠하기, 안경 다리가 뻑뻑할 때 구리스 바르기 등 그 활용도는 정말 많다. 참고로 구리스나 방청윤활제(MD-50) 등은 철물점이나 문방구 등에서 몇 천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ps. 난 아무래도 전파상을 했으면 적성에 잘 맞았을 것 같다...

 

다크 프로그래머

'잡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1) 2022.05.05
글쓰기에 대해  (3) 2021.02.05
아래한글(hwp) 멈춤 현상과 파워포인트(ppt)  (36) 2018.12.22